
학교에서 추천한 가난한 가정 몇을 방문하면서부터 아이들의 속 사정을 알게되었습니다. 총제적인 아이들 문제는 가 정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알게되면서 무너진 가정들을 세우자 소망했습니다. 학부모 세미나를 열고, 상담하고, 가능하다면 아버지 어머니 학교를, 그리고 회복 캠프(수련회)를 열자 꿈꿨습니다. 한국 교회에 넘쳐나는 훌륭한 자원을 요청할까. 나같은 사람의 요청을 누가 들어주기나 할까. 만약 한다면 제대로 된 통역을 구할 수 있을까. 충분한 숫자의 통역은 어떻고. 세마나 강사가 혹시 실수로 종교적인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 어 떻게 하나. 언어와 문화와 종교를 극복하고 힐링이 되는 캠프가 열릴 수 있을까. 걱정어린 질문들만 밀린 방학숙제처 럼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는 것조차 가능하지 않아보였고, 여러 허들이 있었지만 실상 진짜 문제에 비하면 오히려 작은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점점 알게되었습니다. 이전 편지에서도 몇 번 언급했던, 마을사람들의 우리를 향한 곱지않은 (우려스런) 시선이 그것이었습니다. 나는 선의 를 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밥티스트들이 자녀를 망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요. 크리스천들이 아이들을 납치해서 장 기를 판다던데, 절대 용납못할 집단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고 싶어한 이들의 두려움은 얼마나 컸을까요. 공부를 가르 친다고 해도 그러했으니 한국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작은 마을의 키르민족을 대상으로 집회 성격을 띤 (것 처럼 비췰) 세미나는 너무 위험하다 싶었습니다. 이런 부침과 염려가운데 세미나를 열고 상담을 하는 건 기약없는 저 먼 날의 꿈 에 지나지 않는다고 잊혀지고 있었습니다.
세미나 11월 14일 2024년 드디어 첫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지난 편지에 학부모 세미나를 계획중이라 담담하게 이야기했지 만 저의 기대는 첫 올림픽 참가 선수의 설렘같았고, 긴장감은 양궁 결승전 바람부는 날 마지막 화살을 겨누는 궁사의 활보다 더 팽팽했습니다. 2018년에 처음 소망했던 학부모 세미나를 열게되다니. 센터 학부모들에게 광고를 올리면서도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릅니다.결승전을 눈앞에 둔 마라토너의 심장이 이렇 게 뛰었을까요. 다과를 준비하고,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몇 명이나 올까. 얼마나 의심하는 마음으로 올까. 마을 회당 의 스파이로 참석하는 사람도 있을지 몰라. 준비 단계부터 기대와 긴장감을 가지고 시작한 세미나였지만 생각했던 숫 자보다 더 많은 16명의 학부모가 참석했습니다. 여성 참가자 열다섯, 남성 참가자 하나. 참가자나 주체자나 모두 긴장했을 시작을 이런 인사로 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세미나에 참석하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중략. 저희는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지만 사실은 아이들에게 더 많 은 걸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과 행복해하는 모습, 누를란 바이케 소눈 에 제를 부르며 인사하는 모습이 우리에게 큰 선물이 되고 행복을 줍니다. 센터에 오면 아이들이 행복해보입니다. 공부할 때나, 배드민턴, 축구, 배구, 그리고 다 방구를 할 때도 행복해 보입니다. 아이들이 더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행복은 집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행복의 열쇠는 여기 모 인 엄마,(아빠)에게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의 세미나가 그 여정을 시작하는 여러 분에게 작은 응원이 되면 좋겠습니다.” 세미나가 시작되고 마칠때까지 뒤에 앉아 ㄱㄷ했습니다. 아무도 평생 들어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하나님 나라의) 질서와 사랑에 대해,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역할에 대해 세속 의 언어와 세상의 단어로 나눈 메세지가 모든 참가자를 어루만진 걸, “감사하다"며 돌아가는 이들의 얼굴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단톡방에는 감사와 응원의 메세지가 줄을 이었습니다. 다음날 부ㄹㅊ가 "엄마가 “거기 좋은 곳이더라. 열심히 다녀 라.” 했어요" 귀뜸해주었습니다. 1학년 때 내게 다가와 꽃을 주며 노래를 불러주었던 8학년 뚜ㅁㄹ는 “엄마가 갑자기 날 너무 많이 안아줘서 어색하고 힘들어요. 엄마는 날 안아준 적이 없었거든요. 무슨 일 있었어요?” 울먹이며 불만(?) 을 늘어놓았답니다. 이날은 소망센터가 생긴이래, 아니 8년 전 이 마을에 들어온 이후로 가장 소망이 넘쳤던 날들 가운데 하루였습니다. 12월에 두번째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번에 카ㄹㄱ치 선생님이 준비한 주 제는 아이들 셀폰 중독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지난번에 오셨던 분 가운데 서 너분이 못 왔고 다른 두세분이 더 오셨습니다. 마치고 나가면서 너무 좋았다 며 아이들에게 직접 세미나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아이들 대상으 로 세미나를 생각은 했지만 우리가 주도해서 할 시 학부모로부터 어떤 방어 적이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까 엄두를 못 냈는데 당신들이 요청하다니, 당 연히 해야지요. 2018년에 문제를 보여주셔서 학부모 대상 계몽에 대한 소망을 품었고, 2021년 4월 택함이네 소식 36에 이렇게 기 록했습니다. "센터가 여성들을 위로하고 올바른 세계관에 입각해서 계몽하고 돌본다면 위대한 어머니로부터 위대한 아들들이 길 러지지 않을까라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너무 여러가지 소망을 이야기했던 것 같아 말을 아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지만, 뭐 여기까지도 인도하셨으니 앞서 가시는 그 분을 잘 따라가다 보면 이게 그분의 뜻이었음이 확실함을 발견하는 날들이 오겠지요. 우리가 가진 것이 그것 아니겠습니까. 소망. 그것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 움직 이는 이유가 되는 사랑. " 그분의 일하심에 놀랍니다.
삼남매 엄마 이야기 (52)
저희가 다니는 현지 교회 목사님 아들, 누ㄹ이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무슬림 나라에서 목사로 살면서 믿는 가정들 을 많이 도와오신 아버지 목사님이 아들에게 직접 안수를 했습니다. 세습이 더 많은 희생과 고생을 의미하는 이 곳에 서 아들이 함께 목회의 길로 가는 것을 보는 아빠의 마음은 어떨지 감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좋은 믿음의 가정도 이 루고 주께서 기뻐하시는 사역을 잘 감당하기를 기도합니다. 영하 15도를 찍으니 이제 겨울이 왔나 싶은 생각이 드는 저를 보니 이제 이 곳 사람이 다 되어가나봅니다. 추워지니 까 오전 반 아이들 출석이 저조합니다. 학교 시작 전에 센터로 와서 공부하고 가는데, 이불 속에 있다가 바로 학교로 가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서 출석을 독촉하지 않습니다. 오후에 오는 아이들도 밖이 추워지니까 쉬는 시간에도 교실 안에서 놀게 됩니다. 크레용과 사인펜, 종이가 무제한 공급되는 이 곳에서 아이들은 알아서 멋진 그림들을 그립니다. 뭘 해도 수학이나 영 어보다는 재밌어보입니다. 공부하다말고 딴짓하다 들켜서 혼나기도 하고, 대놓고 공부말고 다른 거 하자고 묻는 아이 들도 있지만 나름 이 교실이 아이들에게는 자기 공간이 되어가는 것같아서 참 다행입니다.
하루는 주말에 집에 있는데 아디나가 연락왔습니다. 집에서 프로젝트를 해야되는데 손님이 많이 와서 할 수가 없다 고, 선생님 센터에가서 숙제해도 될까요? 묻길래 흔쾌히 오라고 했습니다. 처음 우리가 이 센터를 열 때, 공부방 없는 아이들이 나름 시간을 계획해서 보낼 곳이 되길 바랬는데, 그렇게 직접 연락오니까 작은 응답같아서 너무 반갑고 고 마왔습니다. 우리 새로 오신 카ㄹㄱㅊ 선생님은 원래 심리학과 상담을 공부하신 분입니다. 그래서 학생들 부모님을 상대로 학부모 세미나를 계획해서 만났습니다. 첫번 세미나에서 선생님은 ‘아이들은 한명한명 소중한 아이들입니다. 머리를 때리 지 마세요. 나쁜말은 하지말고 꼭 안아주세요’ 라는 내용의 강의를 했습니다. 강의 마치고나서는 제가 ‘ 아이들을 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으니 많이 안 아주라’는 말을 하다가 우리 아이들을 안고 싶어서 우는 바람에 미안한 상황이 되었지만 서로 더 가까와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준비한 선물도 기분좋게 하나 씩 나눠가지면서 기쁘게 헤어졌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더 엄마들과 만나고 싶어서 두번째 세미나도 계획했습니다. 아이들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내 용을 나눴습니다. 마친 후에 아이다이 엄마가 우리에게 따로 오셔서 아이다이에게 직접 이 얘기를 해 달라고 부탁하 였습니다. 1학년때부터 만나 온 아이다이가 7학년이 되면서 사춘기가 시작되어 집에선 엄마랑 말도 잘 안 하고 있었 나봅니다. 남편없이 혼자 아이를 키워왔는데, 이제는 자기랑 말 안하는 딸을 두고 얼마나 간절하고 맘이 아플까 싶어 서 이번 세미나가 마친 후에도 신경이 쓰입니다. 이렇게 엄마들과 가까와질 수 있는 한 해가 되어 참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는 아이들과 송년파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에 미국에서 오신 선생님들과 함께 먹었던 메뉴들 - 컵라면 과 삼각김밥, KFC - 로 한번 더 맛있고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곳에서 모쪼록 맘 착한 아저씨와 손 큰 아줌마 덕분에 즐거운 기억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추워서 게을러질때 따뜻한 캘리포니아에서 살 때도 그리 부지런하지 않았던 걸 기억하면서 날씨는 핑계라고 생각하 긴 하지만, 가끔 그립긴 하네요. 계신 곳에서 다들 복된 성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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